<제3회 에너지사랑 문예공모전 수상작 - 잠자고 있는 러시아PNG사업 깨우자> -김종용 에너지경제연구원 대외협력홍보팀장- 한은혜 기자입력 2017-08-11 17:58:20

에너지타임즈  |  webmaster@energytimes.kr

 

최근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서 러시아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을 논의했다는 뉴스를 봤다.

러시아 야쿠츠크와 이르쿠츠크 일대에 약 10억 톤 이상 매장(우리나라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은 2016년 기준으로 약 3300만 톤 수준)되어 있는 천연가스를 천연가스관(PNG : Pipeline Natural Gas)을 통해서 북한을 경유해서 한국으로 도입한다는 개념이다.

문재인 정부는 러시아 천연가스관사업(이하 러시아 PNG사업)을 통해서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러시아 PNG사업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지만, 북한이라는 암초에 걸려서 매번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고 말았다.

일반 국민들은 물론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도 러시아 PNG사업이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의논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PNG사업은 1995년부터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중심이 되어서 1997년까지 약 2년간 진행이 되었다.

당시 젊은 연구원 신분으로 러시아 PNG사업 경제성 및 타당성 검토에 참여한 내 경험을 업무용 수첩을 기준으로 몇 자 적어 본다.

1988년에 인도네시아에서 처음으로 약 200만 톤 규모로 수입이 시작 된 천연가스는 1994년에는 약 600만 톤으로 3배가 증가하였고, 에너지경제연구원 예측으로는 1997년에 1000만 톤을 넘어서고 2003년도에는 2000만 톤에 육박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천연가스를 액화천연가스(LNG : Liquefied Natural Gas)형태로만 수입을 하는 것은 에너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므로 수입선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도출되었다.

당시 1990년 9월 30일에 한국과 소련이 수교를 한지 5년 정도 되는 해라양국이 허니문 기간이었다.

그래서 김영삼 정부차원에서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 증대 및 북한 정권 개방을 유인하는 차원에서 러시아 PNG사업에 관해서 관심을 가졌다.

이와 같은 정치적 배경 하에 경제성 및 타당성 분석을 맡은 당시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팀은 팀장인 전규정 박사를 포함해서 막내인 나까지 7명이 이 과제에 참여를 했다.

팀에 소속된 6명의 연구원은 2명씩 3개조로 나누어서 러시아 가스 경제성 분석 연구기관이 있는 사라토프라는 도시로 파견을 갔다.

보통 파견 기간은 한 달 내외였는데 2조인 나는 1995년 6월 14일부터 8월 7일까지 55일을 머무는 최장 기록을 세웠다.

사라토프라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제주도 정도 떨어진 볼가강 근처에 위치한 약 400년 이상 된 도시로 1950년부터 구소련에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석유화학 콤비나트가 있어서 외국인에게 개방을 안 하다가 1993년부터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이런 지역에 한국인 신분으로 처음으로 들어가는 입장이라 약간은 떨리고 흥미도 있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사라토프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나갔는데 좌석번호가 없었다.

그래서 공항에 있는 안내원에게 물어보았더니 별도로 좌석번호는 없고 먼저 뛰어가서 앉으면 그 자리가 임자라고 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듯이 나와 선배님은 개찰하자마자 신나게 뛰어서 맨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는 군용화물기 수준이어서 뒤에 문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러시아 군인들이 탔는데 소총에 군견까지 함께 타서 나와 선배님을 아연 실색하게 만들었다.

또한 조종석은 별도에 문이 있는 게 아니고 커튼 한 장으로 가려놓아 맨 앞에 있는 우리에게 조종사가 다 보였다.

나와 선배님은 과연 이 비행기가 제대로 떠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 속으로 걱정을 했지만 내색은 할 수 없었다.

약 1시간 20분 비행 끝에 도착한 사라토프는 우리의 근심과 우려를 한 번에 없애주는 아름답고 나름 생활 기반이 꽤 갖추어진 도시였다.

나와 선배님은 7일 정도 호텔에 머무르다가 6월 23일부터 인근에 있는 단독 주택으로 월세 50달러 조건으로 이사를 했는데, 당시 호텔 하루 숙박비는 약 20달러 정도였다. 나와 선배님 입장에서는 둘 다 거의 공짜 수준이었다.

아파트로 이사를 한 이유는 가지고 간 전기밥통을 이용해서 라면이나 쌀 등의 음식을 주위 눈치 안보고 직접 해먹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연구원 산악회 총무로 등산을 다니던 경험을 바탕으로 웬만한 음식은 다 조리가 가능한 수준이라 나와 함께 간 선배님은 몸무게가 늘어서 귀국을 했다.

사라토프 생활이 어느 정도 몸에 익은 6월 29일 아침에 CNN뉴스에서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현장을 속보로 전하고 있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오전 9시에 사무실로 출근을 했는데, 우리를 담당하고 있는 러시아 책임자가 귀국의 사고소식에 조의를 표한다고 공식적으로 말을 했다.

한편으로 고맙고, 또 한편으로는 창피하기 그지없었다.

당시만 해도 러시아는 한국을 엄청난 선진국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생필품이 귀해서 남자를 만나면 일회용 라이터, 여자를 만나면 스타킹을 선물로 주면 모든 게 ‘스바시버(감사합니다)’로 통했다.

단독주택 생활에 푹 빠져들면서 가지고 간 부식이 바닥이 나서 주말이면 시장에 가서 필요한 것을 사오는 것이 중요한 일과 중에 하나였다.

1995년에 대한민국은 토요일 오후 2시까지 근무하는 주 6일제였는데, 러시아는 금요일 오전까지만 근무하는 4.5일제 근무였다.

러시아 사람들은 자기들 보다 훨씬 더 잘 사는 한국 사람들이 한주에 6일씩 근무한다는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주 6일제 근무는 이해하지 못 하리라 생각이 된다.

7월초 첫 번째 주말에 시장에 갔는데 어디서 한국말 비슷한 소리가 들려서 가 보았더니 우즈베키스탄에서 사라토프로 돈 벌러 온 조선족 아주머니가 시장에서 김치 비슷한 것을 팔고 있었다.

그 조선족은 사할린에서 강제 이주한 동포의 후손이었는데, 바로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단독 주택 청소 및 관리를 맡겼다.

아주머니는 한 달에 50달러만 주어도 충분하다는 것을 우리가 100달러 주겠다고 했더니 너무나 고마워하는 것이었다. 속으로 코끝이 찡했다.

관리인을 둔 덕분에 단독주택 생활은 더 편해지고 윤택해 졌다.

7월 15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상무관 내외가 우리 연구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사라토프에 왔다.
상무관이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러시아 책임자에게 7월 16일에 볼가강 근처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가자고 제의를 했고, 배를 한척 통째로 빌려서 그쪽 직원들과 함께 어울려서 토요일 하루를 즐겼다.

그리고 7월 17일 점심에 상무관 내외를 단독주택으로 초대를 해서 그 동안 아껴 두었던 한국산 김치 및 불고기를 나름 최고의 정성으로 만들어서 비장의 소주와 함께 대접을 했더니, 러시아에 와서 가장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고 극찬이 이어져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러시아 사람들은 한 달에 몇 번은 꼭 발레 및 음악 공연 관람 등 문화 활동이나 축구시합 관람 등 체육 활동을 하는 것이 관습이었다.

우리하고 통역을 맡은 가이드가 우리한테 문화 및 체육 활동을 안 하면 여기서는 아무리 잘 살아도 미개인 취급을 한다고 해서 생전 처음으로 발레 및 서커스 공연을 보러 갔는데 수준이 보통이 아니었다.

한번은 축구시합을 보러 갔는데 사라토프하고 라이벌 도시에서 왔다고 하는데 그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고, 홈팀이 이기니까 시가행진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 뒤로는 주말만 되면 문화 및 체육 활동을 했는데,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아직까지 제대로 못하고 있어서 조금은 마음이 섭섭하다.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다고 8월초 귀국일자가 되어서 눈물을 흘리면서 배웅하는 조선족 아주머니를 뒤로하고 8월 7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한 번도 사라토프에 다시 갈 기회가 없었다. 정년퇴직하면 꼭 한번 아내와 함께 다시 갈 볼 예정이다.

러시아 PNG사업 경제성 검토는 LNG 도입 단가보다 20~30%로 절감이 되는 것으로 나와서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통과였다. 그로부터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그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 것을 보면 당시 참여했던 연구원의 한사람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천연가스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잘 해결되어서 잠자고 있는 ‘러시아 PNG사업’이 깨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전 국민이 염원하는 통일의 길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것이다

 

 

<월간 에너지타임즈 2017년 8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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