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속도 측정의 대표 도구로 알려진 ‘스피드테스트(Speedtest)’를 만든 창립자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들이 새롭게 선보인 무료 애플리케이션 ‘Orb’는 단순한 속도 측정을 넘어, 사용자들이 겪는 실질적인 연결 문제를 분석하고 이해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영상이 자주 끊기거나, 화상 통화 중 화면이 멈추고, 특별한 이유 없이 인터넷 속도가 느려질 때, 그 원인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실제 사용 환경에 가까운 독립 네트워크 기반의 테스트
과거에는 인터넷 속도를 측정하는 것만으로도 네트워크 상태를 가늠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엔 더 복잡한 요소들이 연결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스피드테스트’와 ‘다운디텍터(Down Detector)’를 만든 더그 서틀스(Doug Suttles)와 제이미 스티븐(Jamie Steven)은 보다 정교한 분석을 위한 ‘Orb’를 개발했다. 이 앱은 인터넷 연결의 품질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를 측정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Orb는 총 세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점수를 산출한다. 바로 반응성, 안정성, 전송 속도다. 반응성은 지연 시간(지연), 지터(jitter), 패킷 손실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계산되며, 안정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수치들이 얼마나 일정하게 유지되는지를 평가한다. 전송 속도는 기존 방식처럼 다운로드 및 업로드 속도를 측정해 반영된다. 이 세 가지 항목은 각각 100점 만점으로 평가되며, 총점을 통해 전반적인 연결 품질을 수치화한다. 점수가 80점 이하로 떨어지면, 앱은 사용자에게 인터넷 사용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다.
더그 서틀스는 테크크런치(TechCrunch)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수치가 아닌,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보여주는 대시보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Orb는 대형 언어 모델(LLM)을 활용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며, 결과에 따라 사용자에게 맞춤형 조언을 제공한다. 기술 용어 없이도 누구나 자신의 연결 상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개인용은 무료, 전문가용 기능도 준비 중… 통신사의 ‘친구이자 악몽’ 될 수도
Orb는 일반 사용자에게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개발팀의 목표는 그 이상이다. 더그 서틀스는 이번 앱이 기술적 역량을 보여주는 일종의 ‘쇼케이스’ 역할도 한다며, 이를 통해 기업 고객과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를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계획 중에는 원격 진단 기능도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통신사의 기술자가 보안 링크를 통해 특정 고객의 연결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문제를 신속하게 파악·대응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러한 기능은 통신사에게는 강력한 진단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고객 불만을 가시화함으로써 그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들이대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결국 Orb는 사용자와 기업 모두에게 인터넷 연결 품질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려는 시도다. 단순한 속도 측정을 넘어, 진짜 문제를 짚어내는 이 앱은 통신 환경의 투명성과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