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Z 시리즈의 뼈아픈 감가율과 갤럭시S26 플러스의 귀환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략이 기로에 섰다. 혁신을 상징하는 폴더블폰 ‘갤럭시Z’ 시리즈는 높은 수리비와 내구성 문제로 중고가 방어에 실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바(Bar)형 스마트폰의 중심인 갤럭시S 시리즈는 차기작 ‘갤럭시S26’ 라인업에서 단종설이 돌았던 ‘플러스’ 모델을 다시 부활시키며 안정적인 라인업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 토막 나는 폴더블폰 가치, 원인은 ‘수리비’

최근 미국 중고 스마트폰 거래 플랫폼 셀셀(SellCell)이 내놓은 데이터는 삼성 폴더블폰 이용자들에게 꽤나 충격적이다. 갤럭시Z 시리즈(플립·폴드 2~7)는 출시 6개월 만에 가치가 평균 63.7%나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갤럭시S 시리즈(21~25)의 가치 하락 폭이 48.3%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다. 셀셀 측은 폴더블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가 유독 중고 거래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내구성과 수리비다. 접히는 구조적 특성상 화면 파손 위험이 크고, 이는 고스란히 천문학적인 수리비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 7월 출시된 ‘갤럭시Z 폴드7’의 전면 디스플레이 수리비는 기존 부품 반납 조건으로도 무려 76만 원에 달한다. 반면 지난 1월 출시된 갤럭시S25 일반 모델의 메인 디스플레이 수리비는 18만 원 선이다. 폴더블폰 한 번 고칠 돈이면 일반 스마트폰 액정을 네 번이나 교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플립7 역시 53만 원 수준으로, 바형 스마트폰 대비 수리비 부담이 4배 이상 높다.

소비자 불안과 삼성의 딜레마

삼성전자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는 “화면을 펼칠 때마다 돈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 사용자는 케이스를 씌우고 떨어뜨렸음에도 힌지 충격으로 화면에 검은 선이 생겼다며, 내구성을 중시한다면 바형 스마트폰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중고 매입 업체 입장에서도 리퍼비시(재생) 공정이 까다롭고 수요가 불확실한 폴더블폰보다는, 가격 방어가 잘 되고 수요가 꾸준한 일반 스마트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평균판매단가(ASP) 때문이다. 전체 출하량에서 폴더블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높은 가격대로 인해 수익성 개선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 3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ASP는 폴드7의 인기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한 304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은 이를 바탕으로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폰’을 연내 출시해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종설’ 딛고 돌아오는 갤럭시S26 플러스

폴더블폰이 시장 안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이, 차기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26’ 시리즈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이 초슬림 모델인 ‘갤럭시S25 엣지’를 출시하면서 기존의 ‘플러스’ 모델을 라인업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플러스 모델이 일반 모델과 울트라 모델 사이에서 뚜렷한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해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소식에 따르면 삼성은 갤럭시S26 라인업에서 엣지 모델 대신 플러스 모델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울트라의 가격이나 크기가 부담스럽지만 일반 모델보다는 큰 화면을 원하는 수요층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써 갤럭시S26 시리즈는 다시금 일반, 플러스, 울트라의 전통적인 3종 체제로 구축될 전망이다.

하드웨어 스펙은 사실상 ‘동결’

다만 갤럭시S26 플러스가 출시된다 하더라도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명 IT 팁스터 아이스유니버스 등이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갤럭시S26 플러스의 사양은 전작인 S25 플러스와 거의 동일하다.

디스플레이는 6.7인치 QHD 해상도에 2,600니트 밝기를 유지하며, 배터리 용량 역시 4,900mAh로 동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메라도 메인 5,000만 화소, 초광각 1,200만 화소 구성을 그대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유일한 차별점은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될 전망이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 2세대(Gen 5) 혹은 삼성의 엑시노스 2600 탑재가 거론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는 내구성 이슈를 안고 있는 폴더블 라인업의 고도화와, 더 이상 하드웨어 혁신을 보여주기 힘들어진 바형 스마트폰 라인업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2026년 초 공개될 갤럭시S26 시리즈가 과연 ‘옆그레이드(옆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뜻의 은어)’라는 비판을 넘어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