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다시금 뜨겁게 달아올랐다. ‘AI 거품론’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행보에 대한 우려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던 시장이 반등에 성공하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화려한 주가 상승의 뒤편에서는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 비용과 위험을 외부로 분산시키려는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들의 치밀한 금융 전략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어 주목된다.
금리 인하 불씨 되살리며 나스닥 2.69% 급등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2.69% 급등한 22,872.01에 거래를 마치며 5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역시 1.55% 상승했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강세를 보였다. 이러한 상승세의 주동력은 되살아난 금리 인하 기대감이다.
최근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등 주요 인사들이 노동 시장 약화를 우려하며 금리 인하 지지 의사를 잇달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반영된 12월 금리 인하 확률은 일주일 전 40%대에서 80% 이상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며 지정학적 긴장을 완화한 것도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AI 이미지 생성·편집 도구인 ‘나노 바나나’의 새 버전을 공개하며 주가가 6.28% 뛰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테슬라 또한 6% 넘게 급등하며 시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천문학적 AI 투자, 부채 대신 ‘임대’를 선택하다
시장은 AI 붐에 다시 환호하고 있지만, 정작 빅테크 기업들은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과 리스크를 직접 떠안지 않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등은 최근 외부 자본을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짓고 이를 임대하는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는 막대한 분기 이익을 내는 기업들이 AI 인프라 경쟁에 따른 재무적 노출을 줄이려는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해석된다.
피나클 프라이빗 크레딧의 솔로몬 페이그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메타 같은 기업들이 돈을 직접 빌리는 대신 웃돈을 얹어주며 ‘위험을 임대(renting risk)’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자체 부채를 늘리는 대신 데이터센터를 임대함으로써 관련 비용을 부채가 아닌 운영 비용으로 처리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려는 의도다.
메타의 루이지애나 프로젝트와 ‘남의 돈(OPM)’ 전략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메타가 루이지애나주 북동부 농경지대에 구축 중인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다. 메타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베녜 인베스터(Beignet Investor LLC)’라는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사모 신용 운용사인 블루 아울 캐피털(Blue Owl Capital)이 전체 자금의 80%를 조달하는 구조를 짰다.
블루 아울은 자산운용사 핌코(Pimco)를 통해 2049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모았고, 이 채권은 보험사, 연기금, 그리고 블랙록 같은 기관 투자자들에게 팔려나갔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앤드류 로코 연구원은 “메타 전략의 핵심은 업계에서 말하는 소위 ‘남의 돈(OPM: Other People’s Money)’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메타는 AI 붐이 식거나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할 경우, 2033년 이후 계약을 종료하고 발을 뺄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다. 물론 메타는 기본적인 부채 상환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식적인 장부상 부채로 기록되지는 않는다.
치약 튜브처럼 어딘가로 튀어나올 시스템 리스크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금융 시스템 전반의 투명성을 떨어뜨리고 잠재적 위험을 중소형 금융사나 사모 대출 기관으로 전가한다는 점이다. 빅테크가 임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그 막대한 인프라의 가치 하락과 손실은 고스란히 자금을 댄 대출 기관과 채권 보유자들이 떠안게 된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시바람 라즈고팔 교수는 “리스크는 마치 치약 튜브와 같다”며 “이쪽을 누르면 다른 쪽에서 튀어나오기 마련이며, 위험은 시스템 안에서 사라지지 않고 단지 위치만 바뀔 뿐”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거나 자금을 대는 주체들이 실리콘밸리의 유명 기업이 아닌 비상장 기업이나 사모 펀드인 경우가 많아, 이들의 재무 안정성을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결국 현재의 미국 증시는 금리 인하 기대와 AI 기술 진보라는 호재에 힘입어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기저에는 수조 달러 규모의 자금이 얽힌 복잡한 파생 금융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비트코인이 9만 달러 선을 회복하고 증시가 환호하는 지금, 빅테크들이 조용히 설계하고 있는 이 거대한 ‘리스크 분산’ 게임이 향후 시장에 어떤 청구서를 내밀지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