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 계열사들이 내놓은 결과물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꽤나 흥미로운 궤적이 읽힌다. 한쪽에서는 뭉툭한 스마트폰 통신망의 불편함을 허물어 일상의 편의를 끌어올리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먼 미래로만 여겨졌던 휴머노이드 로봇의 안면을 직접 만들어내고 있다. 겉보기엔 전혀 다른 행보 같지만, 결국 사용자와 기술이 맞닿는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유연하게 다듬을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산물들이다.
우선 시선을 끄는 건 미국에서 열린 SID 디스플레이 위크에서 LG디스플레이가 들고나온 이른바 ‘로보캅’ 스타일의 OLED 휴머노이드 헤드다. TV나 모니터, 스마트폰 화면을 찍어내던 익숙한 문법에서 벗어나, 이제는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로봇의 얼굴에 입히는 데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이 ‘휴머노이드 디스플레이’는 곡면 스크린이 로봇의 안면부를 매끄럽게 감싸는 형태라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 쓰인 핵심 기술은 얇고 유연한 P-OLED(플라스틱 OLED)다. 행사장에서는 이 곡면 스크린을 통해 로봇이 가벼운 인사를 건네거나 날씨, 배터리 잔량, 수면 모드 전환 같은 각종 상태를 직관적으로 띄워주는 시연이 진행됐다. 이 디스플레이가 돋보이는 건 단순히 미래지향적인 생김새 때문만이 아니라 무식할 정도로 튼튼한 내구성에 있다. 영하 30도의 혹한부터 영상 85도의 펄펄 끓는 극한 환경에서도 거뜬히 제 몫을 해낸다. 집안일은 물론이고 험난한 산업 현장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의 투입이 가시화되는 작금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낸 스펙이다. 신체의 다른 부위에 부착해 터치스크린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는 확장성까지 갖췄지만, 기존 일반 OLED보다 몸값이 비싸다는 점은 시장에서 풀어내야 할 숙제로 남는다.
이처럼 먼 미래의 물리적 인터페이스를 빚어내는 반대편에서는, LG유플러스가 당장 피부에 와닿는 통신 시장의 파편화된 진입 장벽을 하나로 묶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6일 정식으로 문을 연 알뜰폰 공식 온라인몰 ‘알닷(알뜰폰닷컴)’이 그 결과물이다.
그동안 알뜰폰을 쓰려는 소비자들은 꽤나 번거로운 발품을 팔아야 했다. 커뮤니티를 뒤져 마음에 드는 요금제를 찾더라도 해당 알뜰폰 사업자의 홈페이지를 일일이 찾아들어가 복잡한 가입 절차를 따로 밟아야만 했다. 알닷은 이 지루한 허들을 걷어냈다. 흩어져 있던 요금제를 한눈에 비교하고 그 자리에서 즉시 개통까지 끝낼 수 있는 통합의 판을 깐 것이다. 큰사람, 인스코비, 인스코리아, 코나아이, CK커뮤스트리 등 19개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여기에 합류했다. 이는 단순히 가입자의 편의를 돕는 것을 넘어, 덩치가 작은 중소 파트너사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주겠다는 LG유플러스 특유의 동반 상생 전략이 짙게 깔린 대목이다.
유호성 LG유플러스 MVNO사업담당 역시 알닷 서비스의 론칭 배경을 두고 “중소 사업자와의 실질적인 상생 관계를 단단히 다지는 동시에, 고객들의 개통 편의성을 극대화해 고객 만족도 1위 통신사로 쐐기를 박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내비쳤다. 덧붙여 이달 내내 알닷을 통해 새로 개통하는 고객들에게 햄버거와 커피 쿠폰을 쥐여주고, 홈페이지 가입자들에게도 경품을 푸는 식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유인책도 잊지 않았다.
결국 유연하게 휘어지는 로봇의 얼굴이든, 파편화된 알뜰폰 요금제의 영리한 통합이든 그 기저에 깔린 본질은 같다. 사용자가 낯선 기술이나 서비스에 다가가는 과정을 얼마나 매끄럽고 직관적으로 다듬어낼 수 있느냐는 것. 통신과 디스플레이, 전혀 다른 두 전장에서 LG가 보여주고 있는 이 투트랙 행보는 앞으로 우리의 일상과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섞여들게 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퍽 흥미로운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