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방화벽을 넘은 크롬부터 운전석의 제미나이까지: 구글의 영리한 생태계 침투

구글이 자신들의 생태계를 확장하고 방어하는 방식은 꽤나 흥미롭다. 한쪽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검열의 벽을 기술적으로 우회해 시장을 조용히 잠식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첨단 AI를 무기로 우리의 일상적인 이동 수단 자체를 집어삼키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와 하드웨어라는 각기 다른 물리적 장벽을 구글이 어떻게 허물고 있는지 들여다보면 이 거대 기업의 영리한 본질이 드러난다.

철저하게 통제된 중국 시장의 역설적인 상황을 먼저 보자. 주지하다시피 2010년 이후 구글 검색 엔진과 플레이스토어를 비롯한 핵심 서비스들은 체제에 불리한 정보를 차단하려는 중국 사이버 당국의 매서운 통제 시스템에 의해 완전히 셧다운됐다. 하지만 지금 중국 웹 브라우저 시장의 최강자는 텐센트나 바이두 같은 로컬 기업이 아니라 다름 아닌 구글의 ‘크롬(Chrome)’이다.

바이두와 중국 국가컴퓨터네트워크 응급기술처리 협조센터(CNCERT)의 최신 데이터를 뜯어보면, 크롬은 데스크톱과 스마트폰을 아울러 약 36~39%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모바일 시장만 떼어봐도 30%를 훌쩍 넘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라우저나 텐센트의 QQ 브라우저가 안방에서 그 뒤를 쫓기 바쁜 형국이다. 글로벌 점유율인 66% 언저리에는 못 미치지만, 가상사설망(VPN) 없이는 구글 접속 자체가 불가능한 환경임을 감안하면 꽤나 유의미한 장악력이다.

비결은 인프라의 맹점을 파고든 데 있다. 크롬 브라우저 자체는 구글 서버에 직접 연결되지 않아도 로컬에서 굴러간다. 중국 유저들은 우회로인 ‘www.google.cn/chrome’ 도메인을 통해 브라우저를 내려받고, 파이어샷(FireShot) 같은 무료 확장 프로그램을 덧대어 입맛대로 웹을 누빈다. 서비스 자체는 막혔지만 그 서비스를 담아내는 ‘그릇’은 이미 중국 네티즌들의 PC와 스마트폰 깊숙이 뿌리를 내린 셈이다.

이처럼 소프트웨어적 규제라는 장벽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구글의 저력은 최근 모빌리티라는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화면 안에 머물던 구글이 이제 수백만 대의 자동차 운전석으로 직접 뛰어드는 중이다. 기존에 탑재되어 있던 다소 뻣뻣한 구글 어시스턴트를 자사의 차세대 대화형 AI인 ‘제미나이(Gemini)’로 대대적으로 갈아치우면서 말이다.

제너럴모터스(GM)가 캐딜락, 쉐보레, 뷰익 등 2022년식 이후 모델 약 400만 대에 제미나이를 도입한다고 밝힌 직후, 구글도 공식적인 롤아웃을 선언했다. 특정 제조사의 신차에만 국한된 특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기존 차량들도 이 똑똑한 AI 비서를 맞이할 수 있게 판을 짰다. 미국 시장을 필두로 영어 지원이 먼저 시작되며 점진적으로 언어와 지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단순히 길을 찾고 음악을 틀어주던 ‘구글 빌트인’ 시스템의 시대는 끝났다. 제미나이를 품은 자동차는 맥락을 이해하는 거대한 코파일럿으로 진화한다. 운전 중 “경치 좋은 야외 테라스가 있고 평점이 높은 식당으로 안내해 줘”라고 툭 던지면, 구글 맵 데이터를 끌어와 목적지를 제안한다. 주차장 여부나 채식 메뉴가 있는지 같은 꼬리 질문도 거침없이 받아낸다. 차량 히터 조작이나 쏟아지는 문자를 요약해 음성으로 답장하는 건 기본기다.

여기에 현재 베타 테스트 중인 ‘제미나이 라이브’가 더해지면 운전석의 풍경은 한층 달라진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이나 화면을 굳이 터치할 필요도 없이 “헤이 구글, 얘기 좀 하자” 한마디면 꽉 막힌 출퇴근길이 브레인스토밍의 장이나 심도 있는 토론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향후 지메일이나 캘린더, 구글 홈과의 연동까지 촘촘해지면 자동차는 사실상 굴러다니는 거대한 스마트폰이 될 것이다.

만리방화벽 틈새로 스며든 크롬 브라우저부터 운전자의 맥락을 읽어내는 제미나이까지. 겉보기엔 전혀 다른 두 가지 행보 같지만 본질은 하나다. 사용자가 굳이 구글이라는 창을 의식하고 열지 않아도, 어느새 인프라 곳곳에 구글이 조용히 똬리를 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검색창 밖으로 뻗어나간 이 거대한 데이터 생태계가 우리의 다음 목적지를 어디로 안내할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우리는 이미 그 흐름에 깊숙이 탑승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