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생태계의 재편: AMD와 인텔의 반격, 그리고 로우레벨 최적화

최근 월스트리트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은 AMD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수요일 이른 아침, AMD의 주가는 약 15% 급등하며 최근 7개월 만에 가장 강렬한 랠리를 펼쳤다. 실적 발표에서 드러난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강력한 향후 전망 덕분이다. 핵심 동력은 단연 데이터센터였다. AI 가속기와 서버 프로세서 수요가 맞물리면서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7%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시장의 시선은 꽤 흥미로운 곳을 향하고 있다. 웨드부시(Wedbush)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실적을 두고 “CPU가 스포트라이트를 훔쳐갔다”고 노골적으로 평가했다. 데이터센터용 GPU 수요가 예상보다 탄탄하게 받쳐주는 와중에, 1분기 서버 CPU 판매량까지 가속도가 붙었고 이 흐름이 2분기에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번스타인(Bernstein) 역시 2023년 초 이후 처음으로 AMD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로 상향 조정하며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었다. 목표 주가도 265달러에서 525달러로 단숨에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CPU와 GPU 양쪽 모두에 걸쳐 있는 AMD의 비즈니스 구조 덕분에, 그들의 ‘AI 스토리’가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점점 뚜렷한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사실 인텔은 이보다 앞서 지난 4월 말 실적 발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비슷한 궤적의 이야기를 들려준 바 있다. 기대 이상의 시장 전망과 함께 데이터센터 비즈니스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가가 꽤 큰 폭으로 뛰었다. 일련의 흐름들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지금의 거대한 AI 인프라 구축 사이클이 더 이상 특정 기업의 ‘단일 칩’ 독주 체제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하드웨어 벤더들의 다각화와 성능 경쟁은 단순히 화려한 실리콘 칩 내부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저에서 하드웨어의 포텐셜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로우레벨(low-level) 소프트웨어와 드라이버 단에서도 이들의 맹렬한 추격전은 계속되고 있다. 리눅스 환경에서의 차세대 그래픽 API 지원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얼마나 깊숙한 곳에서부터 병목을 허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시계를 2024년 9월로 돌려보면, Vulkan 1.3.296 업데이트와 함께 등장한 VK_EXT_device_generated_commands 확장 기능이 꽤 큰 화두였다. 이른바 DGC(Device Generated Commands)로 불리는 이 기능은 과거 엔비디아가 독자적으로 제공하던 벤더 전용 확장 기능을 대체하기 위해 여러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결과물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단순하면서도 파괴적이다. GPU가 기기 내부에서 직접 커맨드 버퍼에 대한 명령어들을 생성할 수 있게 해준다. 애플리케이션이 셰이더(shader)에서 명령어들을 기록한 뒤, 굳이 CPU로 제어권을 넘기지 않고도 그 자리에서 즉시 실행해 버리는 식이다. 시스템 구조상 필연적으로 발생하던 CPU 병목 현상을 원천적으로 도려내 버리니, 게임 엔진이나 관련 확장 기능을 활용하는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입장에서는 엄청난 효율성 개선을 얻게 된다. 당시 업계에서 이를 두고 레이 트레이싱(ray-tracing) 도입 이후 Vulkan API에 추가된 가장 굵직한 변화 중 하나로 평가했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VKD3D-Proton 같은 굵직한 소프트웨어들이 이미 이 DGC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생태계를 다져놓았다.

소프트웨어 최적화 속도전에서 AMD는 확실히 기민하게 움직였다. AMD 라데온의 RADV 드라이버는 이미 2024년에 발 빠르게 DGC 지원 통합(merge)을 마무리 지었다. 반면 인텔의 경우, ANV 드라이버에 DGC 지원을 추가하기 위한 Mesa 병합 요청이 같은 2024년 9월 무렵에 올라왔음에도 실제 코드가 베이스라인에 반영되기까지는 꽤 오랜 진통이 있었다.

그리고 1년 반이라는 지난한 시간이 흐른 지금, 마침내 인텔의 드라이버 코드 병합이 완료되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이는 인텔 역시 리눅스 기반의 고성능 렌더링 및 연산 환경에서 이전 세대의 약점을 털어내고 본격적인 하드웨어 가속의 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시장 점유율을 뒤흔드는 실적 발표의 이면에는 결국 이런 밑바닥의 코드 한 줄, 드라이버 업데이트 하나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칩의 성능을 입증하는 하드웨어적 도약과 그 한계를 풀어주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성숙. 이 두 톱니바퀴가 마침내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AI와 고성능 컴퓨팅 시장은 이제 어느 한쪽이 쉽게 주도권을 장담할 수 없는 예측 불가의 전장으로 접어들고 있다.